지난 글에서 어떻게 인턴을 구했는지 썼었고, 오늘은 그 곳에서 어떤 일을 했었는지에 대해서 적고자한다.
1. 문서작업
내가 그때 당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문서 작업부터 시작했다. 우리 회사는 다양한 투자유치, 공모전, 정부지원사업에 도전하고 있었고, 거의 매주 한 두개씩은 꼭 마감기한이 있었기에 부대서류를 준비해야했다. 그 업무를 내가 맡아서 했었는데, 생각보다 꽤 어려웠다. 한글, ppt, excel에 익숙하지 않았어서, 빠르게 서류 작업하는 것에 적응해야만했다.
대표님이 서류 작업을 정말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단축키 쓰는 법부터 서류를 깔끔하게 서식에 맞춰쓰는 법이나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법을 하나 둘 씩 배우기 시작했었다. 그때 당시에는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배웠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기본적인 서류 작업은 어느 회사를 가건 정말 유용한 스킬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이후에 대기업 인턴을 2번 하면서 남들보다 서류 작업을 잘하는게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됐고, 이걸로 수혜 본 경험이 많다. 지금도 보고서, PPT, 엑셀은 아직도 정말 자신있는데, 이 회사에서 얻어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당시 얻었던 성과 중에 가장 큰 것은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정부지원사업 R&D에 선정되었던 일이다. 우리 회사에서 이미 두번 떨어진 사업이었는데, 내가 입사 2개월 후부터 주도적으로 작성한 R&D 서류가 선정되어서 회사에 억 단위의 런웨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때 정말 열심히 했었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퇴근하면 개발 공부를 하던 때였는데, 이때는 한술 더 떠서 새벽에는 서류를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글자 한글자 한글자를 정말 신중하게 써서 결국 선정되어서 정말 기뻤었다.


2. IT 서비스 운영, 기획(UX)
그 당시 우리 회사는 핀테크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며 가설검증을 하고 있었는데, 서비스의 운영에 필요한 업무들을 내가 맡아서 했었었다. 고객과 인터뷰도 하고 피드백 포인트들을 정리하기도하고 했었다. 이 과정에서 IT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진 것 같다. 개발자 분들과 협업하면서 개발 지식도 많이 얻어갈 수 있었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특히나 서비스 후기를 인터뷰하면서 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고객에게 질문을 하는 과정과 답변을 정리해서 서비스에 반영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크게 성장했던 것 같다. 이후에 내가 사이드프로젝트나 개발을 하면서 이때 배운 경험을 적용해서 도움된 것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정말 머리아픈 일들이 많았다. 인터뷰 고객들을 모시는 과정이나, 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 설계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고, 기회가 많지않다보니 정말 신중하게 설계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본인만의 서비스를 개발해서 운영해보고싶은 사람들에게는 해보기 어려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3. 고객사 미팅, 영업
고객사의 미팅에도 직접 참여해볼 수 있었다. 당시 우리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납품을 준비 중이었는데, 이 분들과 소통을 위해서 직접 미팅에도 참여하고 시연을 해보는 경험도 했었다. 사실 학생 신분으로 대기업의 임원분들과 독대할 일이 없는데 이 분들과 비즈니스 대화를 해볼 수 있는 경험은 정말 값졌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래도 대기업은 일을 주는 입장이고 우리는 수주를 하는 입장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조금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다. 조건을 갑자기 바꾼다거나, 그 분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않으면 우리는 불편한 입장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아슬아슬한 관계를 계속 이끌어나가면서 우리의 제품을 영업해보는 경험은 정말 값졌던 것 같다.
이것 이외에도 협력사 실무자분들과 소통하면서 일정을 조율하고, 회의하고, 자료를 공유하고 이런 과정들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학교가 아닌 실제 현장에서. 특히 언제라도 쓰러질 수 있는 스타트업에서 이런 업무들을 하다보니, 책임감을 갖고 일했던 것 같고, 약간 오바하는 느낌이긴하지만 내 사업을 한다는 마인드였다. 내가 직접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고객사, 협력사와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하고 리서치할 것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할 정도로 열심히 참여했었다.

4. 전략회의
우리 회사는 매주 일요일 저녁 8시마다 회의를 했다. 각자 주간 OKR을 정하고 달성 여부를 체크하면서, 달성하지 못한 부분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업무 과정에서 논의해봐야할 것은 없는지에 대해서 공유하는 시간이다. 보통은 팀의 중요한 결정사항 같은 것들을 논의하는데, 나는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내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 스타트업이라 그런지 좀 수평적이고 직급과 상관없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인 것 같다.
단점이라고 하면 수평적인만큼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특성상 모두가 의사결정권을 갖고 본인의 일을 수행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평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논의하다보니까 길지않아도 될 회의가 길어진 경우가 많았다. 일요일 저녁 회의는 사실 팀원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회의가 길어져서 밤 늦게까지 퇴근을 못하다보니까 모두들 지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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